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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그룹의 영업이익이 5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삼성보다 27%나 높은 수치인데, 그 뒤에는 SK하이닉스 단 한 곳의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숫자만 봐도 놀랍지만, 제가 더 인상 깊었던 건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한국 반도체 끝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실적 발표가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느껴질 겁니다.
HBM이 바꾼 판도, 50조의 무게
기업분석 전문기관인 한국CXO연구소가 자산 5조 원 이상 102개 대기업 집단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습니다(출처: 뉴시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50조1912억 원으로, 삼성의 36조6181억 원을 약 27% 웃도는 규모입니다.
이 숫자가 와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2024년만 해도 두 그룹의 영업이익 격차는 0.4%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격차가 27%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극적인 반전의 핵심은 HBM(High Bandwidth Memory)이었습니다.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대역폭 메모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AI 연산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고속도로급 메모리'입니다.
제가 반도체 관련 뉴스를 꾸준히 보다 보니, HBM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불과 2~3년 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그 HBM 하나가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 지형을 바꿔버렸습니다.
AI반도체 호황, SK하이닉스가 혼자 끌었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영업이익은 21조3314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44조74억 원으로, 1년 새 무려 106.3% 증가했습니다. 두 배 넘게 뛴 겁니다. 102개 그룹 내 3,500곳이 넘는 계열사 가운데 별도 기준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한 것도 SK하이닉스였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배경은 AI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AI반도체란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추론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목적 반도체를 말합니다.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중심으로 하는 AI 가속기 옆에는 반드시 HBM이 탑재되는 구조인데, SK하이닉스가 이 HBM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자리를 굳혀온 결과가 숫자로 고스란히 나타난 것입니다.
솔직히 이 수치는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1년 만에 두 배를 넘는다는 건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수요 변화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AI 인프라에 대한 전 세계적 투자가 SK하이닉스 단 한 곳의 실적을 이만큼 끌어올린 셈입니다.
- SK하이닉스 영업이익: 2024년 21조3314억 원 → 2025년 44조74억 원 (전년 대비 +106.3%)
-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50조1912억 원 (삼성 36조6181억 원 대비 약 27% 초과)
- SK그룹 순이익: 44조9105억 원으로 삼성(49조217억 원)에 근접
- 계열사 3,500여 곳 중 별도 기준 영업이익 1위: SK하이닉스 단독
삼성은 1위인데, 왜 이야기는 SK 중심인가
이번 조사에서 삼성은 여전히 매출, 순이익, 고용 규모 세 항목 모두에서 1위를 유지했습니다. 국내 계열사 매출은 432조 원으로 조사 대상 전체 매출(2404조 원)의 약 18%를 차지했고, 순이익도 49조217억 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국내 고용 인원 역시 28만3830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출처: 통계청 기업통계 참고).
그렇다면 왜 이번 발표에서 시선이 SK로 쏠리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수익성'이라는 잣대가 전략적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나 고용 규모는 기업의 크기를 보여주지만, 영업이익률은 기업이 어디서 얼마나 잘 버는지를 보여줍니다. SK하이닉스라는 단 한 계열사가 그룹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는, 다르게 보면 AI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해 삼성과 SK 두 그룹이 전체 대기업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익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대목에서 저는 한편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건강하게 함께 성장하려면, 이 이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호황의 이면, 숫자 너머에 있는 것들
역대급 실적이라는 표현이 반복될 때마다, 저는 그 숫자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엔지니어들, 수율(Yield)을 한 퍼센트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밤을 새운 공정 연구원들. 여기서 수율이란 생산된 반도체 중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 수치를 높이는 일이 곧 이익률을 높이는 핵심 과제입니다. 그 사람들의 노력 없이는 50조라는 숫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기업의 실적이 좋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이익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R&D(연구개발) 재투자, 협력사와의 이익 공유, 직원 처우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적의 지속 가능성이 생깁니다. R&D란 신기술 개발과 공정 혁신을 위한 연구 투자 활동을 뜻하며, 특히 반도체처럼 기술 주기가 빠른 산업에서는 이 투자가 끊기는 순간 경쟁력도 함께 사라집니다.
2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흐름이 단기적인 AI 수요 급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안착된 성장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K그룹이 삼성보다 영업이익이 높은 이유가 뭔가요?
A. 핵심은 SK하이닉스의 HBM 실적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106% 넘게 증가하면서 그룹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삼성은 매출·순이익·고용 규모에서는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어느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1위 기업이 달라집니다.
Q. HBM이 뭔가요? 일반 메모리랑 뭐가 다른가요?
A.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처럼 동시에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일반 D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현재 엔비디아 GPU 같은 AI 가속기에 필수로 탑재됩니다.
Q.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왜 갑자기 두 배나 늘었나요?
A.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 수요 증가분을 가장 직접적으로 흡수했습니다. 단순한 업황 반등이라기보다 AI라는 구조적 변화가 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A. 현재로서는 AI 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꺾일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HBM 경쟁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본격 가세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 유지 여부와 가격 흐름을 함께 지켜봐야 합니다.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이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은 호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SK그룹의 영업이익 50조 돌파는, 결국 HBM이라는 기술적 선택이 AI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제가 이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건 숫자가 아니라, 그 기술이 자리 잡기까지 묵묵히 버텨온 시간들이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최악이던 시절에도 HBM 개발을 밀어붙인 결단이 지금의 숫자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실적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이 이익이 R&D 재투자와 협력사·구성원과의 상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술 강국의 위상은 한 해 실적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도 이미 예고된 상황인 만큼, 숫자 뒤에 어떤 방향성이 담겨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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